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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수학 book

법정에 선 수학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큰 기대 없이 펼쳐봤습니다.

하지만 도입부에 제시된 확률 문제는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직관적 사고의 빈틈을 경계해야 한다는 평소의 가치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예시였습니다.


..중략..
지구가 완벽한 구이고, 적도를 따라 긴 줄을 둘렀다고 가정해 보자.
이제 이 줄보다 정확히 1미터 긴 줄로 다시 적도를 따라 두르면 이 줄은
먼저의 줄보다 길기 때문에 지표에서 약간 떠 있게 된다. 그런 데 얼마나
높아질까? 그 사이에 면도날 하나라도 집어넣을 수 있을까?


직관적인 생각으론 아주 약간 높이가 올라갈 것이라 생각됩니다.

지구 둘레에 비하면 1미터는 아주아주 작은 숫자니까요.

실제로 값을 구해보면 약 16센치미터입니다. 1미터를 파이의 2배만큼 나눈 값입니다.


간단한 계산을 통해 도출한 결과는 직관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이어지는 설명은 오히려 직관에 부합합니다.


..중략..
지구의 둘레는 우리가 인지하기에는 너무나 큰 값이어서
1미터 같이 작은 값과 비교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16센티미터 역시 '너무 큰 차이'로 느껴지겠지만, 사실 이 값은 지구의
직경에 비하면 굉장히 작은 값이다.


직관을 좀 더 균형적으로 적용해야 할 것 같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실제로 계산해보고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각 부분에 대한 평균이 크다고 전체에 대한 평균까지 커지진 않는다는

심슨의 역설에 대한 사례도 소개됩니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는 자신의 학설에 대한 독단과 과신으로

수많은 아이의 부모들을 죄인으로 만든 로이 메도의 케이스입니다.


..중략..
로이 메도는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짐작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죽였으리라고 확신했다. 그는 부모가 아이들을
해하는 증상으로 간주되던 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 실제로는 사람들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갔으리라는 믿음을 갖고 있었다.
..중략..
사망한 유아의 부모는 별다른 의학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아이를
죽인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는 매우 강경한 개념이었다.


참으로 섬뜩한 생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잘못된 신념을 가진 과학자가

강력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재판에 끼친 영향은 재앙이었습니다.

돌연사로 사망한 아이들의 부모들은 살인자로 낙인찍혔고 가정은 파괴되었습니다.

한 가정에서 연속으로 유아가 사망할 확률은 매우 희박하다는 메도의 가정은

각각의 사망률을 독립 사건으로 취급한 데다 돌연사가 일어난 가정에서는 돌연사가

재발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간과한 심각한 오류였습니다.

메도의 주장은 곧 강한 반발에 부딪히게 됩니다.


..중략..
2005년 7월, 영국 의료 위원회는 로이 메도가 샐리 클라크 재판에서 통계학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를 의료계에서 추방한다.
.중략..
메도는 절대로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았고, 단지 자신이 타인을 조금 이해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중략..
자신으로 인해 몇 년을 감옥에 갇혔던 무고한 여러 엄마들,
무너져 버린 가정들에는 결코 단 한 마디의 사과도 하지 않았다.


과학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확신보단 의심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입니다.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흥미로운 일화도 많지만 중복되는 것도 많다는 점입니다.

후반부의 수학적 원리에 대한 설명도 다소 불충분하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소개된 재판에서 수학이 미치는 영향도 전체적으로 그리 크진 않습니다.

게다가 재판의 결과들도 로이 메도의 사례같이 정의의 심판과는 동떨어진 안타까운 결과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것들은 다소 아쉬운 부분들이지만 흥미롭게 제시된 예시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드레퓌스의 케이스는 국가의 명예를 지키겠다는 잘못된 믿음을

관철하기 위해 오히려 자국의 기밀을 누설한 스파이를 무죄로 만들려는 군 수뇌부의

아이러니함이 씁쓸하게 다가오는 에피소드입니다.

후속권에 대한 작가의 의지가 드러난 만큼 앞으로 출간될 다음 책을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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