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가 다루는 중심 주제의 한가지는 '예측'에 관한 것입니다.
크게 2가지 속성으로 예측이라는 과정 자체를 분석합니다.
동전 던지기는 결과가 무작위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최선은 평균적으로 던진 횟수의 절반은 앞면이 나오리라는
것이다. '던지기를 한참 반복하면 50퍼센트는 앞면이, 50퍼센트는
뒷면이 나온다'는 규칙은 평균을 내면 앞면과 뒷면이 반반씩 나온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정확한 말이다. 그러나 이런 규칙을 알고 있어도
또 어떠한 전략을 쓰더라도 동전을 한 번 던졌을 때의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확률은 50퍼센트를 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강한 인상을 받았던 문단입니다. 우리는 특정 사건의 발생 확률은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확률이라는 수치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좀 더 명확한 설명을 위해 저자는 우리가 흔히 불평하는 일기예보를 예로 듭니다.
기상청이 비올 확률이 60퍼센트라고 예보하는 날에는 실제로 60퍼센트의
확률로 비가 온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일기예보가
맞지 않는다고 그렇게 불평을 해대는 것일까?
그 이유는 일기예보가 믿을 만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정확성은
'신뢰할 만한'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이 60퍼센트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내일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싶은 것이다. 어차피 내일은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둘 중 하나다. 따라서 우리는 "내일 비올 확률이 60퍼센트"라는
예보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기상청이 아마도 내일 비가 올 것 같다고
말하는 모양이라고 해석한다. 그 예보를 듣고 우산을 준비한 날 중
절반은 비가 오지 않았다면 우리는 기상청이 횡설수설하는 거라고 단정한다.
우리는 상식에 부합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결과를 원하기 때문에
일기예보의 부정확성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아마도 기상청의
예보들을 전부 모아서 통계를 내보면 확률적인 면의 정확도에 깜짝 놀랄 수도 있겠네요.
우리의 사회적, 경제적 삶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복잡계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최선은 특정 종류의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신뢰할 만하게 예측하는 정도다.
저자가 주장하는 예측의 첫 번째 속성입니다. 우리는 확률만을 알아낼 수 있을 뿐이죠.
우리는 결과가 앞면과 뒷면, 단 두 가지 경우만 존재하는 동전 던지기에서조차
정확하게 결과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 확률이 50%라는 사실만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예측의 두 번째 속성입니다.
블랙 스완이란 인쇄기 발명이나 바스티유 감옥 습격, 세계무역센터 공격처럼
매우 드물게 일어나지만 일단 일어났다 하면 엄청난 의미를 지니는 사건을
뜻한다. 그렇다면 어떤 사건을 블랙 스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블랙 스완에 대한 언급이 나옵니다. 나심 탈레브의 책 블랙 스완에 제시된
개념을 인용하는데요, 이를 통해 우리가 사건을 인식하는 방식을 분석합니다.
그 사건[바스티유 감옥 습격]은 7월 14일에 파리에서 일어난 일련의 행위뿐 아니라,
7월 14일부터 7월 23일까지 전 기간을 망라하는 사건이다. 그동안 루이 16세는
파리에서 일어난 반란을 진압하려 애썼고 베르사유의 국민의회는 그 폭력사태를
비난해야 할지 아니면 국민 의지의 표현으로 수용해야 할지를 놓고 논쟁 중이었다.
루이 16세가 파리 외곽의 군대를 철수하고 반성하며 파리로 돌아온 뒤에야
국민의회는 의사를 분명히 표시했으며, 바스티유 습격은 마침내 역사적 의미에서
'사건'이 되었다.
저자는 특정 사건을 인식하는 상식적 관점을 프랑스 혁명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인용해 설명합니다. 물론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프랑스 혁명의
역사적 의미가 아닙니다.
우리가 애초에 바스티유 사건에 관심을 보인 유일한 이유는 그 뒤에 일어난 일,
즉 프랑스 혁명 때문이다.
..중략..
그리고 7월 23일까지의 날들만 그 사건에 포함되는 것도 아니다. 이후 몇 주 동안
각 지방을 사로잡은, 흔히 '거대한 공포'라 불리는 기이할 정도의 집단적 공황 상태는
물론 8월 4일 밤새 진행되어 마침내 구체제의 모든 사회적, 정치적 질서를
해체해버린 입법회의 등 뒤이은 파장도 모두 포함된다.
우리가 어떤 사건을 인지할 때 그것을 사건으로 판단하는 인식하는 기준은
애매하고 막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프랑스 혁명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정치적 사건뿐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레이저 같은 '테크놀로지의 블랙 스완'에도
해당된다. 만약 인터넷이 블랙 스완이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그 말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패킷 교환 방식 네트워크의 발명이 블랙 스완이라는 뜻일까? 아니면
그 최초의 네트워크가 계속 성장해 처음에는 아르파네트로 불리다가 인터넷으로 구축된
것이 블랙 스완일까? 웹이나 음성 인터넷 프로토콜 같은 다른 혁신적 기술을 구축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시설의 개발만 의미하는 것일까? 혹시 새로운 사업모델과 사회적
상호관계 양식을 이끌어낸 혁신 기술을 뜻하는 걸까? 아니면 우리가 정보를 찾아내고
의견을 나누고 정체성을 표현하는 방식을 바꿔버린 시설의 개발일까?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인터넷을 통해 사건을 보는 우리의 관점을 분석합니다.
저자의 주장을 따라가다 보면 정말 인터넷은 무엇이냐는 의문이 들게 됩니다.
짐작건대 인터넷을 블랙 스완으로 만든 데는 그 모든 발전이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사실 인터넷은 어떤 하나의 대상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보다는 역사의 한 시기
전체와 그 시기에 일어난 모든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를 표현하는 약칭이다.
..중략..
사실 블랙 스완은 사후에 되돌아볼 때만 그 존재를 알아볼 수 있다. 지나간 후에야
역사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깔끔한 이름표 아래 종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블랙 스완을 예측하려면 예측하고자 하는 미래의 결과를 보아야 할 뿐 아니라,
그 결과 이후의 미래까지도 보아야 한다. 그때가 되어야 그 결과의 중요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의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사건으로 종합하려 하는 우리의 성향이 오히려
사건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참으로 인상적입니다.
그래도 일단 블랙 스완의 존재를 알게 되면 진작에 그 사건을 예측할 수 있었다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과거에 대한 상식적 설명이
이야기와 이론을 혼동하는 것처럼, 미래에 관한 상식적 직관 역시 예측과 예언을
융합해버린다.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는 일어난 일만 볼 뿐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은 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의 상식적 설명은 흔히 실제로는
사건의 연쇄인 것을 원인과 결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한다.
그리고 이로 인해 우리가 오류를 범하는 과정도 묘사합니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라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되네요.
상식은 우리가 늘 하는 예측 중에서 흥미롭거나 중요하지않은 수많은 예측은
무시하고 실제로 중요한 의미를 지닐 만한 결과에만 초점을 맞출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는 이론상으로도 미래에 어떤 사건이 중요성을 지닐지 예측할 방법이
전혀 없다. 심지어 우리가 가장 예측하고 싶어 하는 블랙 스완형 사건은 사실
사건이 아니라 역사의 한 시기를 나타내는 용어다. 그러니 블랙 스완을 예측할
가능성은 더욱더 작다. 그 역사가 모두 전개되기 전까지는 그와 관련된 용어조차
아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측에 관해 저자가 주장하는 두 번째 속성입니다. 어떤 사건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의미라는 것은 사건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건이라는 것은 발생한 이후에 의미가 붙여지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서(사실 진행중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지하고 종합하기 전이라 사건이라
부르기도 모호합니다만)우리는 어떠한 의미도 부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원하는 특정한 유의미한 예측은 현재의 시점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리뷰가 길어졌네요. 사실 더 중요하고 좋은 내용이 많지만 포스팅으로 모든 것을
다 전할 수는 없으니 저는 책의 내용을 적당히 소개하고 여러분이 직접 읽어보면서 저자의
주장을 느껴보는 게 더 좋으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책의 내용이 전체적으로 메타적인 판단을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는 이해가 좀 어려울 수 있겠습니다. 게다가 내용이 심리학,
경제학, 사회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것들이 좀 있으므로 저자의 주장이
잘 와 닿지 않아도 조급해하지 마시고 차근차근 읽어나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강력추천하는 책, '상식의 배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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